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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부터의 격리

내가 만든 미디어

by 세팔 2020. 2. 2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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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에서 스스로를 (사회를?) 지키라고 격리를 권하고 있는 현재
업무상 만나는 게 아니면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나이가 되다보니, 업무를 하지 않으면 자연히 되는 격리

그래도 답답해서 어둑해질 무렵 교내를 걷고 하고 있다.
최근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듣게 된, 이종환씨의 목소리를 얹은 6,70년대의 팝을 들으며, 교내를 걷는다.

내 눈을 열고, 내 마음을 뛰게 하는 걸 찾게 된다.
아무도 없는 교내를 걷다가 보면.

이종환씨의 목소리에, 까맣게 잊고 지내던 모든게 아름다웠던 80년대를 다시 기억해 낸다.
아직 라디오너머의 세상에 꿈이 있었던 것 같고, 우연히 주운 잡지하나의 정보에 감동하던 시절. 무언가에 목이 말라 있었지만, 땀을 흘리고 목이 말라도 그게 기뻤던 시절.

https://youtu.be/ssqHxLcsVOY

'유유히 흐르는 밤의 적막속에서 call your number 당신에게 전화를 겁니다.'
'또 그림속 같은 바다를 연상했습니다... Always somewhere 내가 어디에 있더라도, 또 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라도'

80년대의 문장같은, 짧고 단순한 문장을. 레코드 방에서 틀고 들었었다. fancy하다고 부를, 세련됨을 그 때는 알지도 못했다.

그러다 보면, 해질녘의 하늘을 보게 된다. 아직은 어두워지기 전의 쨍한 파란 하늘. 
그 하늘도 자주 보았었다. 80년대에는.
하늘이 신기했고 별들에는 무언가 있는 듯 했다. 혜성을 좇고자 망원경을 구하고, 날마다 바라보던 하늘이었다.

어둑어둑해 지는 산능선에서 보이는 유난히 찾아가고 싶은 나무 한그루. 둘러 쌓인 산들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능선과, 늘 빅투아르 산을 기억하게 하는 비슬산의 봉우리 하나. 늘, 파리 텍사스의 LA를 생각하게 하는, 따뜻한 기운에 흔들거리는 멀리 있는 번화가의 노란 불빛들.

나는 왜 이걸 모르고 있었지? 나는 도대체 무얼 보고 무얼 좇고 생각하며 지냈던 거지? 왜 이걸 무시하고 살았던거지?
별을 좇고, 찾아 다니면 어딘가에는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게 진짜라고 감격하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아.
내가 격리되어 있었던 세상은 다른 세상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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