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미디어

To be grounded

세팔 2008. 1. 13. 00:39
We are humiliated only if we invest our pride and sense of worth in a given aspiration or achievement and then are disappointed in our pursuit of it.
Status Anxiety.
디아스포라 기행 (시작은 좋았으나... 어두운 일변도로 흐르는 글들에서, 공감하고 기뻐할 것들이 더이상은 발견되지 못한..) 다음에 읽는 알랭 드 보통의 책. 역시 글들이 가슴에 꽂힐 때의 기쁨만한 것이 없다.

autocracy 내지는 aristocracy 에서는 다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으나 현재와 같이 '인식'되지는 않고 있던. 차라리 아예 확실하게 존재하므로 문제가 되지 않았던 status가, 이젠 누구나가 다 손이 닿일 수 있을 것 같이 되어 버림으로 인해 형성되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status도 status다만,
크로아티아고, 라스베가스고, 파리고 바르셀로나를 끊임없이 떠돌게 하고
호시노 미찌오고, 한비야아줌마의 따뜻한 말에 살을 떨고
끊임없이 우주인을 우주인이게 하는 것은
anxiety라는 한단어다.

말이 많아지고, 누군가에게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번에도 캐나다에서 온 유학생 한명에게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며, 나의 '소'이야기는 리트머스 테스트라는 이야기까지 하는 것은
또한 한국갔다가 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오래 안간다는 건
또 한 며칠 있음, 마할라꼬 말걸고 그런걸 기대하노 하고 하면서 귀찮아할 것이란 건
오랜 일본경험에서 알고 있다.

예전엔, 3월이 되고 봄이 되면, 교실에 앉아서 새로 만난 학우들 중 친해지고 싶은 애들을 봐 두었다가 과자라도 하나 사주면서 친해지고 했는데.
나이 들어서 인지 그게 전혀 안된다.
누군가에게 '좀더' 친해 진다는 건, 반드시 무슨 이유가 있어서 이며, 그런 이유를 왠지 용납할 수가 없다.
스스로도 어떠한 친해지려고 하는 행동을 해도 되는 건지, 왜 친해지려고 하는지, 친해진 결과 결국은 어떻게 되는 건지.
그런걸 헷갈려하다가 그냥 껍데기로만 관계를 형성하고 말고
늘 목말라한다.
한국가면
'아이 헹님요'
하는 한마디에 훅하고 넘어가고 마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그런 목말라 하는 것도 또한
anxiety를 유발시킨다.

맨날 똑같은 답이지만,
그저 지긋이 보는 거다. 그 anxiety를
자라든, 혼자 속에서 미친 듯이 날뛰든, 껄떡거리며 울려고 그러든..
그 정체가 anxiety임을 알고, 왜 그러한 지를 알고

출근길, 전차서 내려 개찰구로 내려가는 길에 살짝 보이는 그하늘을 좀 오래 바라보고
미타카다이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 사람드문 골목길에 뒤꿈치 힘주고 턱을 치켜 올려 컴컴하지만 뚜렷이 보이는 밤하늘과 가로등을 확실히 보면서
anxiety를 만드는 지구를 재확인하면서

그렇다.
서울가는 십이열차에 몸을 실은 거다.
 떼제베안에서, 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