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고 들리는 것

going to google.

세팔 2008. 3. 5. 00:01

1.
'나에게 이십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그것은 술이 취해 비틀거리다가 술집 뒷마당 담벼락의 꺼칠꺼칠한 시멘트 벽면에 이마를 대고 오줌을 갈기던 때의 느낌이다. 머리를 짓이겨 오는 시멘트벽은 내가 처한 현실인데, 고개를 들면 아스라이 먼 밤하늘에 새긴 별빛이 너무도 차갑고 깨끗했다...
..."자 이럴 땐 술이 약이야, 한잔해!"
악수하자는 손보다는 술잔을 권하는 손이 더 많은 시대였다...
이곳 이탈리아엔 "자, 내 잔 한 잔 받아라!" 하는 호기 어린 맛도 없고...
...어른들이 처음으로 퇴주(退酒) 한잔을 권했다. 이제는 집안에서 성년 대접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조상님들 앞에 놓였던 술을 다시 데워서 한 잔 얻어 마시는 기분, 이것이야 말로 한국 남자에게는 은연한 성인식이 아닐 수 없다...
- 천종태, 카페 에스프레소 꼬레아노

2.
집에 들어와 화요일이면 하는 경제관련 프로그램 '가이아노 요아케(ガイアの夜明け)'를 틀었더니 고용이야기를 하면서, 한 중소기업의 정년을 앞둔 회사원들의 퇴직금 문제를 방송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아침, 회사원들이 모여 열심히 몸풀이(?) 체조를 하는 전형적인 일본공장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중 한명, 퇴직금이 천만엔 (8천만원?)이나 깎인다고 통보를 받은 아저씨를 비추어 주며, 그집 사람들과의 대화를 보여주는데...

부인에게 천만엔이나 퇴직금 깎인 걸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아예, 퇴직금 못 받는 사람도 요즘 많쟎아요. 거기에 비하면 주는 게 어디에요. 고맙게 받아야지.."

깎이는 당사자인 남편에게도 물어보니.
(멋있는 음악이 깔리면서)"퇴직금 그런 거 절대 회사측에 왈가왈부 안할 겁니다. 그저 일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가진 기술을 마지막까지 젊은 회사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해주는 것. 그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회사(공장)으로 화면이 돌아와서 나레이션
"xx상의 말대로, 오래된 값진 기술이 젊은 직원들에게 전수되고, 그 기술로 회사의 경쟁력이 되살아 나면 그 후배들에게는 언젠가 다시 퇴직금이 전액 지불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런 걸 보고 있자면 정말 일본이 얄미워진다. 맨날천날 우리끼리 치고 받고 싸우고, 덕분에 효율적인 일의 진행보다는 오만상 천천히 걷고 있는 한국은 보란 듯도 안하고 (일본 사람들 눈에는 도저히 이상하게 비칠 것이다) 그런 한국을 전 일본이 힘을 모아 떨어 뜨려 버리고 (자동차던 가전이던 국가적 이익을 위해서는, 깔딱거리는 한국이나 중국을 떨어뜨려 버리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저렇도록 입을 착착 맞추는 일본..) 자기네들은 세계최고로 나가겠다고, 일하는 미덕을 머엇있게 칭찬하고, 게다가 그게 사회전반적인 당연한 멋있는 분위기가 되어 있으니.

전체에 손해되는 개인적인 발언은 '몰상식'으로 몰리는 (작년 유행어도 된 KY - 空気読めない) 일본이 정말 얄밉다. 일본같이 '총력전'에 딱맞아 떨어지는, 마치 그걸 위해서 태어난 것 같은 민족은 없으리라.

3.

그런 거랑 관계없이 나는..
요즘 구글도큐먼트가 마이붐이다.

연구실 서버에 위키프로그램을 하나 넣어서 돌릴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무언가 간편하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되며, 데이터의 아키텍쳐도 어느 정도 마음대로 되는 인터넷 베이스의 하이퍼텍스트를 원했는데..
결국은 구글이 그 답이 되었다.

레이블 개념의 폴더, 인터넷만 되면 어디에서나 접근할 수 있다는 용이성, 여지껏 만들어 왔던 doc,ppt파일을 그대로 인클루드 할 수 있고 오히려 간단한 문서수식기능 (약간 더 레이아웃의 자유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만..)은 씰떼없는 짓을 안하게 만든다. 게다가 구글 어카운트로 사용하는 거니, (g멜땜시러) 평생 쓸 어카운트를 기본으로 한 웹어플리케이션이라 평생동안 쓸 글들을 안심하고 모을 수 있다는 아카이브적인 요소까지..

앞으로 나의 모든 note나 개인적인 writing들은 다 구글 도큐먼트로 몰릴 것 같다.
gmail이야 수년전부터 썼다고 치더라도 (거의 메인멜어카운트가 되었다만, 벌써 1.2G나 썼다. 애초에 보증했던 2G같았으면 절반을 넘게 써버린거다), google scholar로 논문을 찾고, google calendar로 일정관리에, google doc으로 이어지고, google bookmarks와 google notebook까지 절찬 사용하는 중이니.

google로 도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