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1일 길상사에서
생각의 심장은 머리안에서 맴돌며 활동한다, 가끔은 뒷 목덜미에 있다가, 또는 전두엽쪽으로 몰려 집중하거나 하는. 비슷한 것으로 발화덩어리란 것도 있다. 사람의 말을 만들어 내는 심장부.
이건 뱃속 저어 밑에서 부터 목 간당간당한 부분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우리의 ‘대화’를 만들어 내는데…
이게 느을 저어 뱃속 깊은 곳에서 웅얼웅얼거린다.
날씨가 좋아 빨래를 널려고 나간 베란다에서 옆방사람과 갑자기 만날 때,
점심시간이용해 한 10여분 걸어 시모키타자와 가려고 나오는 캠퍼스에서 같은 학과의 교수님을 만날 때.
이 발화덩어리가 갑자기 말을 만든다고 뱃속에서 후다닥하고 올라오는데. 갑작스러운 그 움직임으로 나오는 말이란, 거의 상대방에게 들리지 않는 성대조차 울리지 않는 목소리로 입에서 바람빠지듯 피식하고 새어나갈 뿐. 나조차도 내가 지금 말을 했단 말이냐? 하는 생각이 드는 나의 발화에 상대는 눈치 채지 못하고 막바로 눈을 피하고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하루 점두로 책상에 앉아서 데스크워크를 하다가, 집에 와서도 말한마디 안하고 테레비/라디오/인터넷을 보다가 잠자리에 드는.
발화덩어리를 느을 뱃속 깊은 곳에 쳐던져 두는 생활을 하다가 보면, 갑자기 말을 해야 할 때, 제대로 된 적절한 말이 밝게 나오지 않는다.
갑작스런 말을 뱉고는 듣지 못한 상대가 지나가고 난뒤, 애써 한번 발화덩어리를 제대로 된 위치에 두고 크게 한번 웃으며 우렁차게 인사를 한번 한다. 안녕하세요(물론 콘니찌와 이지만) 하고 혼자서.
그닥 즐기지 못하는 회식자리에서 대화를 나눌 때, 이 발화덩어리는 모가지에 데롱데롱 붙어서 꾸역꾸역 자기 일을 한다. 거의 정해져 있는 패턴의 이야기가 되풀이되고, 생각은 열심히 어디서 들었던 그런 파티토크의 패턴들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고, 발화덩어리는 우짜든동 사람들이랑의 발화를 놓지 않으려고 악을 쓰며 말들을 만들어 낸다. 잠시의 침묵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대화에서는.
발화덩어리의, 모가지 달랑달랑에서의 이 분발에, 모가지가 아파올 정도이다.
가슴에, 발화덩어리를 가슴에 두고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긋이 찻길 빈터에 앉아 마구바람이라도 맞아 가면서 중간중간의 침묵에도 신경쓰지 않고 내머리안에 전개되는 나의 세계를 천천히 살펴가면서, 나도 모르는 나의 세계를 상대에게 이야기 하고 싶다. 천천히 발화덩어리를 가슴에 갖다놓고 내 모든 것이 집중되어 나도 나를 다시 이야기할 수 있게되는 말들을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