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고 들리는 것

핵시대의 상상력

세팔 2008. 5. 2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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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자신의 침묵의, 피냄새가 나는 탁해진 깊음에 추를 내려 진실의 말을 찾아내는 작가업을 하고 있었다. 침묵이야말로 그의 일의 기본조건이었지만, 그렇지만 때때로 그는 머리를 깎고 강연을 위하 극장으로 가곤 했다. 막이 열리는 벨소리가 나는 동안, 무대옆의 구멍에서 땀을 닦으며 침을 말리며 열이나서 달아오르는가 싶기도 하며, 또 오한에 파랗게 질리는 그는 불쌍한 희망의 나비를 어떻게든 물어보려고 하는 개와 같았다.

그의 가련한 희망이란, 그 머리를 붙잡고 숙여 앉아 있는 자신의 침묵의 중량에 앞으로 자기가 발할 목소리의 총량이 어떻게든 맞게 보이도록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극장의 벨을 울리는 직원이 그런 남자를 보다 참지 못해 왜 이익도없는 강연을 위해 찾아오느냐고 물으니

"만약 묵시록의 세계에 있어서의 마지막 심문자로 부터 '너는 어떤 시대에 무엇을 의지하며 살았느냐?'고 질문을당한다고 하면 이런 식으로 대답해야지하고 연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 핵시대의 상상력 서론 (오오에 켄자부로, 1970), 내번역

간만에 홍고갈일 있어 책을 몇권샀다. 사실은 하루키의 엣세이를 사려고 (그리스인 조르바 이후의 헐떡이는 책에 대한 목마름을 축일까 싶어.. 사실 그냥 일차적인 반응만 빨리오는 하루키의 책보다는 싱크로 율이 적어도 지긋이 생각하는 책을 읽어야 하는데, 좀처럼 책이랑 싱크로 하지 않는 나날들이어서..) 갔다가

"오오에켄자부로 사인이 든 책"!
이라는 말한마디에 충동구매
그런데, 이책 2007년도 부터 놓여 있었는지, 싸인에 07이라고 적혀있었다.
켄자부로 아저씨 94년도 전후가 피크였남? 어떻게 사인이 들어가 있는 책을 울학교 학생들조차 사지 않는단 말인가?

내가 존경하는 일본 할아버지가 몇명있다.
오오에 켄자부로 할아버지 ,히로나카 헤이스케 할아버지, 미야자키 하야오 할아버지
그러고 봤더니 세명이 노벨상, 필즈상(수학의 노벨상), 오스카순으로 큰상은 다 받은 할아버지들이네.
히로나카 할아버지는 (울 고딩때 한참 나와서 읽은 사람은 다읽었던 '학문의 즐거움'의 저자) 2000년이었남? 학회에 가서 만나 인사도 하고 (일부러 야마구찌까지 신칸센타면서 들고 간 책 - 학문의 즐거움의 원판-에)사인도 받았다.

미야자키 할아버지는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포틀랜드에서의 반경 1m이내에서의 만남이 있었다.
(지금 봐도 열받는 사진.. 근데 사실 이거 찍을 때, 나 엄청 떨고 있었다. 다른 사진한장은 못볼정도로 떨려 있다.)

그래도 젤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은 할아버지는 오오에 할아버지다. 무언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은데.. 어느 글에서 그가 히가시나까노의 스포츠센터 댕긴다는 말에 나도 히가시나까노의 스포츠센터 전전하며 다녀 볼까 생각했을 정도로..
그래도 늦었지만, 그의 사인이 있는 책이라도 한권 갖게 되었다.

masterpiece를 하나라도 남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

벨을 울리는 장소에서 강단의 목소리가 잘 듣기지 않았고, 그런 직업상의 의무는 벨을 울리는 것일 뿐이기에 그 직원은 강연중 늘 고무 귀마개를 하고 있었지만, 가끔씩 구멍으로 쳐다 보면 남자는 늘 똑같은 내용을 외쳐대고 있는 것 같았다. 익사할 것만 같은 모습으로

- "나는 핵(核)시대에 상상력을 의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녀석은 정말로 완전히 최후의 심판 때 배심원석을 항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이 죽을듯한 맘으로 웅얼거리며, 자빠지며, 그러면서도 또 계속 지껄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막을 내릴 벨을 울리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그 직원은 왠지 모르게 근본적인 불안을 느끼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