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고 들리는 것
Paris, Texas (스포일러있음, 뭐 아직 안 본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안보겠지만..)
세팔
2008. 10. 5. 22:44
하고 뜬금없이 다 보고 난 뒤 한마디.
우습게도, 빔 벤더스감독의 영화를 Land of Plenty 부터 시작 (케봤자 그거 밖에 안봤지만), Don't come knocking도 DVD를 갖고 있을 뿐 보지도 않은 상태.
모처럼 시간난 주일 오후라 집에 와서 틀어본게 이영화..
Land of Plenty부터 그랬지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영상, 여러가지 냄새가 풀풀 나는 장면과 그걸 찍는 시간대, 각도, 빛을 사용하는 법. 즐길만 했다.
이영화 보는 사람들은 다들 그러하겠지만, 그렇게 스토리에 집착을 하지 않고 보게 된다. 스토리에 집착해서 영화보다가 얼마나 많은 영화를 재미없게 보았는가?
'그거 말도 안돼'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영화 못즐긴다.
L.A. suburb의 해지는 모습, 황량한 사막이나 교차로 어둑어둑한 방의 알록달록한 벽지. 이런 거를 즐기는 거지.
거참 참한 캐릭터들만 그려져 있네. 이러고 그냥 보고 있었는데
이런 장면은 정말루 숨이 턱턱 막힌다.
각종 영상매체에 많이 접하는 사람이 되다가 보니, 보이는 것 들리는 것 같이 보고 있고 듣고 있자면 어느샌가 내머리는 다른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
오늘도..
우리교회 창립기념 예배로 여러가지 퍼포먼스 (요즘은 줄곧 댄스니 영상물이니다)를 보고 있자면, 어느 샌가
'언제부터 교회에서도 이런 비트와 엘렉이 허가되었지?'
'같은 맥락으로 트로트도 교회에서 허가 될 수 있지 않나?'
'왜 아직도 중/고딩 들은 이런 비트성 음악을 최신스럽게 느끼는 걸까? 90년대 초였던 내 시대는 아직 그런 음악이 흔치 아니하였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왜 이토록 영어를 선호하는 거지?'
등등 그 뒤에 있을 무언가의 세계에 자꾸 눈이 가게 되는데.
그건 다들이랑 같이 보니까 그런거고
난 사실 저 위의 저장면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나스탸샤 킨스키가 마이크 (어, 이제 보니 스피커 아니야?) 붙잡고 어둠속에 퍼들러 앉아있을 땐 휴우..
어차피 (말도 안되는) 사랑이야기다만, 저 장면과 설정의 아름다움 때문에 숨을 헉헉거렸다.
이 영화의 모든 것이 확실해 지는 장면.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