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고 들리는 것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
세팔
2008. 10. 15. 21:32
한국와도.
혼자놀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그 기본은 역시 책방 삘삘거리기.
삘삘거리다가 무언가 땡기는 곳이 있으면 가서 훑어 보다가 하는 밑도 끝도 없는 유랑인데
특히 동경, 울학교에 머무르기도 하셨던 분인지라 더욱 그분의 글에 동감을 하게된다.
뭐 이책은 제목부터가 범상치않다.
시나가와, 김교수님의 '낯익은'시나가와 보다는 그분이 '낯설어' 하는 시나가와에 더 '낯익어'있는 나인지라, 그분이 말하는 아득한 시절의 시나가와는 내게 특별한 공간을 만든다.
이 환각으로서의 역사성(환각이야말로 역사성을 이루는 주범)의 현장의 하나가 바로 시나가와였던 것. 도쿄만의 바다를 메워 일군 땅. 그 땅을 이룩한 노동자들의 주축이 조선이었던 것.
그 환각이나마 내가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이미 동경 서쪽에 사는 사람으로 신칸센 탈때 마다 동경역이 아닌 시나가와를 주요 역으로 이용하는 내가, 그 환각으로서의 역사성이나마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
예술, 학문, 움직일 수 없는 진리......
그의 꿈꾸는 이상이 높다랗게 굽이치는 東京
모든 것을 배워 모든 것을 익혀
다시 이 바다 물결 위에 올랐을 때
나는 슬픈 고향의 한밤,
홰보다도 밝게 타는 별이 되리라.
청년의 가슴은 바다보다 더 설레이었다.
(임화 "해협의 로맨티시즘")
그의 꿈꾸는 이상이 높다랗게 굽이치는 東京
모든 것을 배워 모든 것을 익혀
다시 이 바다 물결 위에 올랐을 때
나는 슬픈 고향의 한밤,
홰보다도 밝게 타는 별이 되리라.
청년의 가슴은 바다보다 더 설레이었다.
(임화 "해협의 로맨티시즘")
현해탄 컴플렉스도 이젠 환율의 공포로서 밖에 들리지 않는 시절에, 마음은 현해탄이 아닌 또다른 바다를 향해가는 이 시절에, 우리 선조의 설레이는 청년가슴을 잊지는 말고, 밝게 타는 별이 되어야 하는 고향의 한밤의 슬픔이 무엇인지 잊지를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