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미디어
동경도 많이 춥기도 해서 잔뜩 춥고 흐린 도시의 분위기를 제법 내는 날씨였습니다
세팔
2009. 11. 23. 15:03
정말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답장까지 주셨는데 연락못드림을 죄송합니다.
동경도 많이 춥기도 해서 잔뜩 춥고 흐린 도시의 분위기를 제법 내는 날씨였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추운날은 음악이 무척 좋아집니다.
찬바람이 온몸에 부딪혀 올 때, 음악과 함께 그 차가움을 느끼고 있으면 참 기분이 좋지요.
오늘, 추웠던 오늘은 잔뜩 선생님의 새앨범을 들었습니다.
새롭게 앨범내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당장 구입, 한국에서 부친게 어제 저녁에 도착해 있더군요.
아무도 없는 학교/한뫼줄기/효자동 해장국집, 은 어케어케 부분적으로 라이브하셨던 곡들을 접해서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앨범을 통해 다시 접하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한뫼줄기는..
정말 모처럼 듣는 선생님의 가락에 가슴이 먹먹했다고 할까요.
타래라고 하시는데, 정말 '탄다'는 느낌이 절절했습니다.
추운날씨라 더 했을까요. 전철안에서 눈 꼬옥 감고 한음한음을 감상했습니다.
10대에 흥얼거린 멜로디는 평생을 흥얼거린다는, 광고문구가 있는데 정말 10대를 선생님곡과 함께 했다는 게 행운입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갈 수 없는 고향'을 혼자서 찾아내어 카세트에 꽂고 처음 들었을 때의, 그 10대일 때의 그 감동이란. 그런 식으로 사연이 되어 제 뇌리에 박힌 곡들은 나이를 먹어서도 더욱 의미를 갖고 흥얼거리게 됩니다.
선생님곡을 그렇게 좋아했던 80년대말로 부터 20년 남짓이 지나서, 생각지도 않던 타국에 와서도, 추운 겨울에 다시 선생님곡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게.
그리고 그때는 잘 모르던 가사의 뜻들도 20년이라는 세월과 함께 또박또박 공감하게 된다는 게.
우습게 들리기도 합니다만, 제 스스로의 지난 20년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한동안은 또 한뫼줄기를 흥얼거리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차도도 크고 길도 많이 시끄러워서 맘껏 할 수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좀 힘드네요.
이런 감격을 자주 경험하기 위해 앞으로도 종종 앨범을 내주셨으면 하는 맘도 있지만...
선생님이 노래를 '캐어' 내시듯 제게도 선생님의 노래는, 언제나 신곡이 줄줄 흘러넘치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하염없이 기다리며 생활하다가 어디선가 생각지도 않은 계기로 만나서 감격하게 되는, 그런 노래라서 선생님이 또 어디서 좋은 노래를 캐어내시기만을 또 기다리겠습니다.
추운날씨에 건강에 주의하시고, 정말이지 종종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노래들을 들려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