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미디어

2년만의 눈

세팔 2010. 2. 4. 01:25
2년만에 동경에도 눈같은 눈이 좀 왔따.

차가 없는 나로서는 타는 전철이 또 어떻게 될까바 살짝 겁나 일찍 학교서 나온 거 말고는 정말 좋아하는 눈이다.
언제 였던가?
아마 학력고사 치고 난 다음의 한가한 기간이었다.
대구도 눈이 크게 왔었따.

모든게 일단락 되었다는 느낌으로 흥분해 있던 나에게 불을 붙이는 눈이었떤 걸로 기억.
친구들에게 열심히 전화를 돌렸따.
눈이 온다고 놀러가자고.

결과는.
뭐 알겠지만, '눈오는 게 뭐가 좋다고. 니가 개띠냐?'
라는 정도
그러고는

나는 맑은 날에도 한번 안가봤던 두류산을 혼자 올랐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눈밟으며 언덕을 걷고 싶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였으려나?
사람들 안밟은 언덕길 - 길이 아니지 그냥 언덕이지 -를 찾아 위로 위로 올라갔다.

그게 내 처음이자 그 이후로도 해본적 없는 두류산 등산이었따.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아마 등산코스라 생각되는 길들을 눈맞으며 걸었다. 정상에는 나 닮은 사람들이 몇몇있었다.
그 이후로도 눈이 오면 그냥 전화한번 때리는 듯 마는 듯하고 -거의 무반응이니 - 혼자 걷는다.

이번에도 역에서 집으로 오는 길을 걸으며
12시를 향해가는 문닫은 일본 주택가를 혼자 걸으며 
걷다가 서고 눈보고 하늘 보고 동네 보고 
이거 일년에 한번 있는 날이다고 혼자서 눈 무작정 맞으며 극도로 흥분하고는
조용히 무슨 아파트단지 들어선다는 공사장 근처 인적없는 곳에서 멍때리기를 했다.

이럴 때 누가 옆에 있으면 얼마나 거추장 스러울까
아무도 없는 깜깜하고 조용한 밤에 혼자 찰싹찰싹 눈맞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가..
내가 혼자있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 지
새삼 눈밤에 깨닫고
다음날 동경은 거의 다 눈이 녹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