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산
10년단위이다. 그러니 2009년이었을 듯. 카시와에 처음 가서 그 동네의 빈산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었던 건.
달리기도 하고 바라보기도 하였지만, 근원적인 질문은 '내가 여기 왜 있는가?'가 아니었을까?
정태춘씨의 콘서트에 갔다가 와서 반복되는 노래.
왜 그리 처연했을까?
닫고 있던 게 열린 것인지, 예전 서랍을 열듯 다시 꺼내어 보는 감정인 것인지.
그 동안 당신들의 음악을 아끼고 사랑해 주어 고맙다는 편지글에.
20대의 설익음이고, 30대의 걱정이었고. 불혹의 40이라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수도 있을 터인데.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고 곱게 늙은 듯한 정태춘씨의 노래로만 나타난 감정에.
아니라고 아니라고 이젠 더이상 아니라고 부정은 했지만, 그 때 그 내가 어디 저 뒤에 숨어 있다가. 차곡차곡 겹쳐지는 나의 마음을 발견한고 만 것은 아닌지.
돌아오는 길. 산 길의. 누가 오지도 않을 길을. 아무도 없는 중리의 밤길을 혼자 돌아오며.
어둠과. 물소리와.새소리.벌레소리. 아, 그랬구나. 내가 그랬구나. 찾아서. 추구하고 다녔었고. 채울 수 없는 그것을. 내내 바라보고 있었고. 나 스스로의 모자람을. 애석해 하며 혼자 앉아 있었구나.
결코 도달할 수 없음을 알지만, 결코 포기할 수도 없는 것.
그 때는 불안해 하고 무서워 하고 피하고 싶었던 외로움을. 이제는 고독으로 담담하게 받아 들일 수 있게 된 것일까?
그 무게를 이제는 감당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일지.
빈산을 바라보고 혼자 있어도. 물소리와 새소리가 저멀리 어둠에서 흘러나와도. 그렇게 정말 돌이 될 듯 혼자 시간이 흘러 간다고 해도. 유가사 비슬산 넘어가는 노을이 다 타들어 가도, 바라보고 있는 빈산에 해가 다 넘어가도. 그걸 바라보고 있는 나를 견뎌내고 다듬을 수 있고, 그 혼란속에서 꿋꿋이 서있을 수 있는지.
저기 저 빈산에 또 하루가 가고, 붉은 노을자락 사위어만 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