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미디어

하마에게 '또' 물리다.

세팔 2007. 9. 30. 23:22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愛隣에 물들지 않고
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億年 非情의 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유치환, 바위


머뭇거리고, 가끔씩 보더라도 이 사람이거니 하고 있던 긴 시간이 결국은 끝난다거나
머 그냥 괜찮겠지 하고 있던 날들이 갑자기 다 사라진듯, 사실 내가 있을 곳이 없어진다거나
그나마 위로와 핑계로 삼고 있던 것들이, 그저 손가락 사이로 사라져 버리는 실체없는 것들이라거나
그런 식으로 애써 눈가리고, 아니라고 안 찾아온다고 멀리 팽개쳐 놓았던 실체가 현실이 되어, 눈앞의 시간이 되어 찾아오면

슬픔도
화도
아쉬움도
반성도
바보같은 짓이다.

그런 폭락의 한가운데서 깨어질려고 하는 같은 감정의 교만함을
나의 '무계획성'을 징계함으로 다스림이 유일한 위로가 될 뿐이다.

현실은
이렇게 물어오고 쏘아오고 우릴 넘어뜨리는 게 정상인데
우린 왜 그렇게 현실을 잊고 산단 말인가?
어쩌자고 하루 24시간 발뻗고 지낼 수 있단 말인가?

차라리 바위가 되어야 한다.
생명도 망각하고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을 수 있는 바위가 되어야 한다.

남의 사진, 망우공원

뭐락카노, 저 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 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 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박목월, 이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