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바구
ふっきれる
세팔
2007. 11. 1. 01:13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2년전 어느 잡지를 보다가, 몇몇의 사진에 매혹되어 한번은 가봐야지 하고 맘만 먹고 있던곳.
일탈시리즈의 일환으로 갔다가 온 것이다.
ふっきれる 라는 단어.
무언가 퍽 하고 터지고 깨져서 속 시원하게 된다는 뜻.
한국 못 간 덕분에 요 며칠 느끼고 있는 기분이 바로 ふっきれる이다.
갑자기 일상을, 마치 여권을 내팽겨치듯이, 찰거머리 처럼 착착 내 모든 것에 달라 붙는 일상을 한번 마루바닥에 패댕겨칠 수 있었다.
무언가 꽉꽉 조여오던, 내 생활 패턴의 잘못을 reset시킨 것 같은
월욜날은 학교가서 오만상 인쇄해둔 모든 논문을 정리해서 파일로 만들었다.
덕분에 정말로 내가 관심있어하는 연구는 어떤 것이며, 앞으로 당분간 무엇을 연구해야 할 지가 보였으며
화욜날은 다음주에 발표할 PPT를 만들며, 나의 PPT작성의 잘못된 루틴을 한번 볼 수가 있었고, 논문을 읽으면서 그 즐거움을 되씹으면서, 내가 왜 이짓을 하는 지, 연구라는 전체 과정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정, 내 삶에 정말로 기쁨을 주는 과정이 어떤 것인지를 재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작정했던 여행을..
가는 데 4시간 오는 데 4시간이라는.. 장장 8시간을 길바닥, 아니 철로위에서 버려야 하는 과정이었고,
차비도 왕복7000엔 넘는 길이었지만.
아침 9시에 출발. 처음 헤맨건 키타센쥬에서, 료오모오 특급이란게 JR인지 토오부선인지가 헷갈렸고, 토오부선 플랫폼으로 가서도 이쪽방향 토오부선은 타본적이 없어서리 완전 헤맸다.
결국 어이어이 찾아가 료오모오특급을 타고 (참고로 이곳에서 잘못타면 닛꼬간다)
간만에 보는 넓은(?) 빈터도 창가로 보고
갈아타기 위해 아이오이역에 내렸다. 여기서 부터는 와타라세 계곡철도
요렇게 생겨먹은 2칸짜리 기차다.
처음에는 이렇게 썰렁하다가.. 도중에 할매할배 단체 관광객으로 입빠이.
그래도 꿋꿋이 타고가다가
그러다가 오후 1시넘어 목표 역인 通洞[쯔으도오]에 도착,
먼저 허기진 배를 채우고 여느때와 같이 오른 손에 카메라 끼고 걷기 시작.
시골이있다. 당연하지만.
그리고 가을이었다. 동경은 아지고 20도가 넘는 날씨에 단풍은 11월 중순부터.. 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곳은 동경보다는 한발짝 빠른 느낌이다.
足尾[아시오]는 구리를 캐내는 오래된 광산이었다.
1610년 에도시대부터 구리를 캐내기 시작, 동아시아 최대의 구리 산출량을 자랑도 했었지만, 여러가지 환경문제들을 끌어안은 채 1970년대에 폐산하기에 이르른다.
쯔으도오 역에서 아시오동산(銅山)의 유명한 폐허, 아시오제련소를 향해 걷기 시작..
날씨는 아직 좋았다.
사실 아시오제련소를 가려면 중간에 탄 와타라세계곡철도의 종착역인 마토오역까지 갔어야 했다만, 2코스 앞에서 부터 내려 걷기 시작했다. 마토오 역앞에 가니.. 후루카와 금속의 한 자회사가..
냄새부터 달랐다. 공장냄새다.
어릴적 집에서 국민학교까지의 등교길에 즐러리 입지해 있던 공장들을 기억하게 하는 냄새다.
내가 석사과정때 받았던 장학금이 후루카와[古河]금속제공이었다. 그 후루카와 금속의 시작이 바로 여기였다는 걸, 여기 여행을 알아보면서 알았는데. 새삼스럽다.
일본애들은 아시오라고 하면 아시오 광독[鑛毒]사건을 알고 있더군. 구리를 제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독때문에 인근 지역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그 제련소를 찾아 가는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먼저, 정련소 가는 길에 옛 광산에서 일한던 일꾼들의 숙사흔적이 있었다
(으.. 오른쪽 구석의 색수차가...)
이 허름한 처사에서 사람들이 먹고 살고 했던 것이다. 허름하다는 말 나온 김에 한장더
이건 후루카와 공장 바로 앞에 있던 창고로 보임.
여튼 이런 걸 모두다 뒤로 하고 아시오 제련소를 향해 걷고 또 걷고
아.. 저어 멀리 먼가 비슷해 보이는 게 보였다. 저기다 저기!!
제대로 된 지도도 없이 무작정 걷는 길이었지만. 드디어 후루카와바시에 도착하니 눈앞에 아시오 제련소가 나타났다.
이거다 이거. 내가 보려고 하루를 투자하고 돈 8000엔 가까이를 투자한 이유가.
후루카와 바시를 건너면 바로 제련소였다.
역사적인 후루카와 바시도 지금은 위험하다고 올라가지 못하게 하고 단지 흔적만 있을뿐.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려고하니 사람이 나오더니
'여기 못들어 가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멀찍이 보니, 아직 누군가에게 관리되고 있는 분위기.
후루카와금속이 아직 관리하고 있었다.
결국 다른 길이 있을까 하고 계속 산속으로 올라감.
와우.
아무도 없는 산일 뿐
중간에 한 할아버지를 만나 길을 물었으나, 제련소는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올라가도 그냥 옛 광산의 흔적이 있을 뿐. 그마저도 들어갈 수 없어 보였다.
단, 그 할아버지.
이렇게 찾아와 주는게 뭐가 그리 고마운지 꼬박꼬박 90도로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여튼 계속 올라가 산을 보는 것도 좋지만, 오늘의 목적은 그게 아니니 되돌아 섰다.
고지가 저긴데..
여튼 되돌아 서서 멀찍이서 구경하기로 했다.
날도 흐려왔지만, 3시 넘으니 계곡인 이곳은 햇빛이 뚝하고 끊어졌다.
그러나 제련소 주위를 뱅뱅 돌며 사진을 계속 찍어댐
이곳 사람은 이 아시오의 네거티브한 모습을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의미에서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후루카와도 이곳을 헐지 않고 내버려 둔게 그런 속셈?
그렇다면 사람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어야지 말이야 말이야..
두말할 것 없는 폐허다.
저 제련소안에서 얼마나 많은 유독물질들이 쏟아져 이 갇힌 계곡을 더렵혔을까?
이 공해로 인해 산자체가 병이 들었다.
이 산은 멍이들어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를 못한다.
군데 군데가 이렇게 시커먼 민둥산인 곳이 많다.
그런 산을 다스리기 위해 치산사업으로 각종 댐이니 뭐니를 많이 만들고 있다. 그 일환, 묘지 만들기.
그런 묘지위에 올라가니 좀더 제련소가 잘 보이기 시작했다.
열심히 묘지들이 사이사이에서 셔터를 눌러대었다.
날도 흐리고 사람도 없고, 묘지들 가운데서 쌀쌀해지는 바람에 갖고온 잠바를 꺼네 입으며 폐허의 사진을 찍는 기분..
해 본 사람만 안다. ㅎㅎㅎ.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러고 보니
혼자서 쌩판 모르는 곳,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덜렁덜렁 돌아댕기는 거.
꽤 자주 하고 있구나 싶었다.
미국의 라스베가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인도의 뭄바이에서, 프랑스의 오베르 슈와즈에서...
카메라는 늘 오른손에 둘둘 말려있었고, 이국의 땅에서 주위의 안전을 늘 의식하면서 (이게참 안고쳐 진다, 늘 경계심으로 피곤해 있는게..) 정신없이 셔터나 눌러 댄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좀 느긋하게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고 그리고 쓰고 하고 싶었는데
왠걸.
돌아갈 차 시간 정해놓고 돌아댕기자니 앞으로 몇시간 남았고, 여기서 더할 수 있는 건 머다 라고 생각되면..
정신없이 셔터만 누른다.
폐허가 된 제련소를
미친듯이 소리내는 강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강둑, 묘지산 위에서 혼자 바람 맞으며 바라다 보면서
그 역사를 느끼고, 오고 간 사람들을 생각하며, 색깔과 구조와 말들을 생각하며
그냥 앉아서 만끽하고 오려고 했었는데
결국 정신없이 셔터만 눌러 댔다.
시간이 걱정되어 역으로 서둘러 돌아오는 길은
그래도 가을이었다
그리고 시골이었다.
일본의..
내가 탈 기차를 기다리기 위해 역으로 돌아가는 길은
해도 저물어 왔고
결국 역안은 어두워지고, 내 가방만 덜렁..
배가 고픈 나는 역바로앞의 점빵에 가서 빵하나를 사먹었다
전형적인 시골 (점빵 보는 총각이, 애들이 집은 수십엔짜리 과자를 그냥 갖고 가라고 이야기하고.. 토오쨩 이라며 집안의 아버지를 부르는 모습이.. 어쩌면 이런 모습 일본에서 처음 볼지도..)의 점빵이었다.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는 나같은 도시쟁이를 어떻게 생각할까남?
역은 조용했고, 돌아오는 기차안은 역시 시골 중학생들이 타서
(이하, 다시 CONTAX U4R)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기도 했다. 한놈은 게임 공략책을 보고 있었다만..
여튼
돌아오는 길에 읽으며, 나를 흥분시켰던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자.
아시오 제련소의 내부 사진을 보고 싶은 사람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
http://home.f01.itscom.net/spiral/ashio/ashio01.html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足尾[아시오]에 갔다가 왔다.2년전 어느 잡지를 보다가, 몇몇의 사진에 매혹되어 한번은 가봐야지 하고 맘만 먹고 있던곳.
일탈시리즈의 일환으로 갔다가 온 것이다.
ふっきれる 라는 단어.
무언가 퍽 하고 터지고 깨져서 속 시원하게 된다는 뜻.
한국 못 간 덕분에 요 며칠 느끼고 있는 기분이 바로 ふっきれる이다.
갑자기 일상을, 마치 여권을 내팽겨치듯이, 찰거머리 처럼 착착 내 모든 것에 달라 붙는 일상을 한번 마루바닥에 패댕겨칠 수 있었다.
무언가 꽉꽉 조여오던, 내 생활 패턴의 잘못을 reset시킨 것 같은
월욜날은 학교가서 오만상 인쇄해둔 모든 논문을 정리해서 파일로 만들었다.
덕분에 정말로 내가 관심있어하는 연구는 어떤 것이며, 앞으로 당분간 무엇을 연구해야 할 지가 보였으며
화욜날은 다음주에 발표할 PPT를 만들며, 나의 PPT작성의 잘못된 루틴을 한번 볼 수가 있었고, 논문을 읽으면서 그 즐거움을 되씹으면서, 내가 왜 이짓을 하는 지, 연구라는 전체 과정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정, 내 삶에 정말로 기쁨을 주는 과정이 어떤 것인지를 재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작정했던 여행을..
가는 데 4시간 오는 데 4시간이라는.. 장장 8시간을 길바닥, 아니 철로위에서 버려야 하는 과정이었고,
아침 9시에 출발. 처음 헤맨건 키타센쥬에서, 료오모오 특급이란게 JR인지 토오부선인지가 헷갈렸고, 토오부선 플랫폼으로 가서도 이쪽방향 토오부선은 타본적이 없어서리 완전 헤맸다.
그래도 꿋꿋이 타고가다가
(이상 CONTAX U4R)
이하, PENTAX SMC-A 35-105 F3.5 + *ist DS먼저 허기진 배를 채우고 여느때와 같이 오른 손에 카메라 끼고 걷기 시작.
足尾[아시오]는 구리를 캐내는 오래된 광산이었다.
(왠지 저 한자체는 앗. 일제시대!란 생각을 들게 하는 한자체이다.)
1610년 에도시대부터 구리를 캐내기 시작, 동아시아 최대의 구리 산출량을 자랑도 했었지만, 여러가지 환경문제들을 끌어안은 채 1970년대에 폐산하기에 이르른다.
쯔으도오 역에서 아시오동산(銅山)의 유명한 폐허, 아시오제련소를 향해 걷기 시작..
사실 아시오제련소를 가려면 중간에 탄 와타라세계곡철도의 종착역인 마토오역까지 갔어야 했다만, 2코스 앞에서 부터 내려 걷기 시작했다. 마토오 역앞에 가니.. 후루카와 금속의 한 자회사가..
냄새부터 달랐다. 공장냄새다.
내가 석사과정때 받았던 장학금이 후루카와[古河]금속제공이었다. 그 후루카와 금속의 시작이 바로 여기였다는 걸, 여기 여행을 알아보면서 알았는데. 새삼스럽다.
일본애들은 아시오라고 하면 아시오 광독[鑛毒]사건을 알고 있더군. 구리를 제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독때문에 인근 지역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그 제련소를 찾아 가는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먼저, 정련소 가는 길에 옛 광산에서 일한던 일꾼들의 숙사흔적이 있었다
이 허름한 처사에서 사람들이 먹고 살고 했던 것이다. 허름하다는 말 나온 김에 한장더
여튼 이런 걸 모두다 뒤로 하고 아시오 제련소를 향해 걷고 또 걷고
제대로 된 지도도 없이 무작정 걷는 길이었지만. 드디어 후루카와바시에 도착하니 눈앞에 아시오 제련소가 나타났다.
후루카와 바시를 건너면 바로 제련소였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려고하니 사람이 나오더니
'여기 못들어 가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멀찍이 보니, 아직 누군가에게 관리되고 있는 분위기.
후루카와금속이 아직 관리하고 있었다.
결국 다른 길이 있을까 하고 계속 산속으로 올라감.
아무도 없는 산일 뿐
중간에 한 할아버지를 만나 길을 물었으나, 제련소는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올라가도 그냥 옛 광산의 흔적이 있을 뿐. 그마저도 들어갈 수 없어 보였다.
단, 그 할아버지.
이렇게 찾아와 주는게 뭐가 그리 고마운지 꼬박꼬박 90도로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여튼 계속 올라가 산을 보는 것도 좋지만, 오늘의 목적은 그게 아니니 되돌아 섰다.
여튼 되돌아 서서 멀찍이서 구경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련소 주위를 뱅뱅 돌며 사진을 계속 찍어댐
이곳 사람은 이 아시오의 네거티브한 모습을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의미에서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후루카와도 이곳을 헐지 않고 내버려 둔게 그런 속셈?
그렇다면 사람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어야지 말이야 말이야..
저 제련소안에서 얼마나 많은 유독물질들이 쏟아져 이 갇힌 계곡을 더렵혔을까?
이 산은 멍이들어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를 못한다.
그런 산을 다스리기 위해 치산사업으로 각종 댐이니 뭐니를 많이 만들고 있다. 그 일환, 묘지 만들기.
그런 묘지위에 올라가니 좀더 제련소가 잘 보이기 시작했다.
해 본 사람만 안다. ㅎㅎㅎ.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러고 보니
혼자서 쌩판 모르는 곳,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덜렁덜렁 돌아댕기는 거.
꽤 자주 하고 있구나 싶었다.
미국의 라스베가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인도의 뭄바이에서, 프랑스의 오베르 슈와즈에서...
카메라는 늘 오른손에 둘둘 말려있었고, 이국의 땅에서 주위의 안전을 늘 의식하면서 (이게참 안고쳐 진다, 늘 경계심으로 피곤해 있는게..) 정신없이 셔터나 눌러 댄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좀 느긋하게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고 그리고 쓰고 하고 싶었는데
왠걸.
돌아갈 차 시간 정해놓고 돌아댕기자니 앞으로 몇시간 남았고, 여기서 더할 수 있는 건 머다 라고 생각되면..
정신없이 셔터만 누른다.
폐허가 된 제련소를
미친듯이 소리내는 강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강둑, 묘지산 위에서 혼자 바람 맞으며 바라다 보면서
그 역사를 느끼고, 오고 간 사람들을 생각하며, 색깔과 구조와 말들을 생각하며
그냥 앉아서 만끽하고 오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걱정되어 역으로 서둘러 돌아오는 길은
일본의..
해도 저물어 왔고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는 나같은 도시쟁이를 어떻게 생각할까남?
(이하, 다시 CONTAX U4R)
여튼
아시오 제련소의 내부 사진을 보고 싶은 사람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
http://home.f01.itscom.net/spiral/ashio/ashio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