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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어린 미열

보이고 들리는 것

by 세팔 2008. 9. 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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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다.
논문쓰다가, 요도결석에 데굴데굴 구르다가 그러다가 보니 이번주도 후다닥.
점점 날씨는 차가와져 빼도박도 못하는 가을로 접어들어가는 토요일.
게기고 게기던 Into the Wild를 봤다.

로드무비에 알래스카에 머 혼자서 여행하는 이야기라고 하니 뭐 보는 건 당연.
10시30분짜리 신쥬꾸의 영화관 (미니시어터계열 영화, 동경에서도 4군데서만 상영)
늘 우스운 것은 이런 반물질주의적(라고 치자 일단은..)인 영화를 물질주의 최첨단을 달리는 도시생활의 최정점같은 쎄련된 장소 쎄련된 영화관 - 12층 영화관인데 밑은 명품들이 즐러리 팔리고 각종 나라에서 들어온 프랜챠이즈 비싼 음식점들이 즐러리 있는 백화점, 영화관도 그 쎄련된 사람들이 올 것 같은 그런 영화만 한다... - 에서 본다는 건 아이러니 중 아이러니다.

내가 뭘 바라고 이영화를 보려고 했지?
호시노 아저씨가 말하던 가슴에 사무치는 자연이 보고 싶어서?
There is a pleasure in the pathless woods; 
There is a rapture on the lonely shore; 
There is society, where none intrudes, 
By the deep sea, and music in its roar; 
I love not man the less, but Nature more... 
- Lord Byron

내 기억속의, 혼자 다니고 경험했던 기억과 추억들이 무언가를 변화시킬 감흥을 다시 한번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

그냥 아는 사람도 제대로 없는 미국에 가서 어떻게어떻게 생활하고 있는 아는 분이랑 달렸던 라스베가스의 어느 산길의 밤.
거의 1년전. 작년 9월 라스베가스의 외곽도로에서

혼자서 열심히 앉아 보았던 카나자와의 한참 덥던 아사노가와의 하천가?

현지인조차도 기다리지 않던 밤 11시 30분의 스페인 말라가의 컴컴했던 전철역, 누런 가로빛 받던 남의 집의 빨래들을 혼자서 넘겨 보며 생각했던 것들?

뱅기갈아탄다고 잠시 머물렀던 모스크바 공항에서 봤던 오후5시의 어린이용 만화?

If we admit that human life can be ruled by reason, then all possibility of life is destroyed. 

아니면 그냥 싫어진 모든 것들을 그냥 다시 한번 싫어해 보기 위해서?
무작정 모든 것에 불만인데, 무엇이 불만인지 알기 조차 싫기 때문에?

이 영화는.
안개속의 풍경같이 충격적은 아니었으나 - 뭐, 다 '예상안'이라고 해야 하나? 틀이 잡힌 영화 - 편집이 좋다.
어느 영화에 대한 리뷰를 보니
'숀펜 (감독), 요 10년간 잘 늙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라는 평이 있던데, 그런 '잘' 만든 영화이다.

단, 사람이 처한 상황이란게, 사람을 이영화에 집착하게 만든다.
집에 돌아와서도 영화보며 받았던 감흥 (148분이다, 러닝타임이)을 자꾸 되새기고 싶게 만드는 것.
유튭의 장면장면들 만 보면 '뭐야 뻔할 뻔짜의 미국영화잖아' 싶은 장면들도 나오는 데, 그래도 그 말들을 맘에 새기게 된다.

And I know you have problems with the church too... But there is some kind of bigger thing that we can all appreciate and it sounds to me you don't mind calling it God.
But when you forgive, you love. And when you forgive, God's light shines through you. 

아직도 몸에서 사라지지 않는 미열은, 볼 수록 어려보이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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