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연대감, 그런게 여기 가득하다고 느꼈어?
난 말야 학생운동을 시작하고는 일체의 욕망을 버리기로 했지, 우정도 연대감도 욕망이거든, 우리 같은 젊은이들에게는 말이야. 그래서 그런 것들도 버렸지.
난 직업혁명가가 되지 않으면 안돼. 그럴 때 이 세상에 대한 매력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면 운동이란게 하기 힘들어져 이룰수 없을꺼라 생각하거든. 모든 걸 포기해버리지. 이세상을, 인간을 완전히 싫어해 버리는 거야. 그러면 혁명가의 생활을 참을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해.
암살되었다고 해도, 이렇게 미워하고 있던 현실을 떠나 여행을 가게 해주었다는 의미로 그 암살자의 피투성이가 된 손가락을 빨아주고 싶을 정도이지. 우정이나 현대감같은 것 엿먹어라야. 특히 우정이라는 것은 학생운동에 마이너스가 되지. 연체감 그건 그나마 괜찮아. 왜냐 하면, 연대감이란건 어차피 가공의 것이니깐 말이야...
<300쪽까지 읽고 한동안 던져 두었다가 남아있는 300쪽정도를 다시 읽기 시작한 오오에의 '뒤늦게온 청년'에서, 세훈역>
날씨가 따뜻해져 오면, 우리는 쉬이 다른 세상을 꿈꾸게 된다. 잘은 모르지만, 학생운동이 치열했던 건 주로 5월달이 아닐까? 만약 정말 통계상으로 그렇다면, 내말은 맞는 것이다. 따뜻한 봄볓이 느껴지면 우리는 다른 세상을 : 때로는 아프리카의 허허벌판을 때로는 저기 저 뉴욕의 한밤의 마천루를, 때로는 어릴쩍 뛰어 다녔던 칠성동 골목골목을, 아니면 아사리 배틀스타갤럭티카에 나오는 우주를... 꿈꾼다.
게다가 더 골때리는 건, 그런 현실을 벗어난 다른 세상들이 현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때가 있다는 거다. 데스크에 앉아 컴퓨터를 두드리면서 그런 세상을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맘에 열심히 일하게 되는 그런 게 있다는 거다.
첫번째는 차(Tea)이다.
요즘 각종차를 마신다. 로얄밀크티를 시작으로 라떼니 모카니 마키아토니.. 부터 하이피카스, 카모밀, 페이퍼민트, 애플, 레몬, 블르베리, 라즈베리, 시트러스, 피치, 캬라멜, 매스컷, 스트로베리, 로즈힙.. 오만상 내 책상옆에는 차들이 즐비하게 놓여져 있다.
그나마 다녔던 여행이 내안에 남아 있따면 이런 차들이라 생각하고, 인도서 터어키서 사왔던 차들로 부터 시작해서 대형 슈퍼에서 사온 각종 잡다한 차들을 마시며, 내가 가보지 못했던 또 어떤 세계들을 생각한다. 그리고는 하루를 시작한다.
두번째는 영어다.
CNN의 영어를 읽으며, Yahoo Movie의 영어를 읽으며 문장을 지긋이 씹는다. 내가 일본어를 겪으면서 체험해 왔던 그런 어떠한 절차를 영어에도 적응해 보려고 하는 거다. 영어는 늘 나를 두근두근하게 만든다. 언어는 어떠한 다른 세계와 강렬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모르는 세계와 말이다.
라고 키보드를 마구 두드린 다음.
나는 일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