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반이 나이 60이 넘어서 무슨 앞뒤 맞추는 이야기한다고, 내지는 그렇게 까지 현실적이고 싶고 그렇게 특정그룹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거유?
변명같은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구차한 설명은 하루키 소설을 잡을 때 부터 바라던 바가 아니다.
아름다우면 된다.
...
새 에바 영화를 보는 것은 마치 의무감 같은 것이었다.
극장에 앉아 조명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어? 내가 왜 이영화를 보려고 했지? 무얼 보고 싶어하고 있는 거지? 어떤 영화이기를 원하는 거야?'
해리포터 같은 세계관을 즐기고 싶은 것도 아니고
트랜스포머의 화려한 변신을 보고 싶은 것도 아니고
잘짜여진 영화의 플롯을 보고 싶은 것도 아니고..
지난번 영화같이 내가 다아는 내용일 수도 있는데.
라고 하다, 인디아나죤스같이 속빈 영화라도 좋으니 그냥 보자.. 고 아무 생각없이 봄.
<어제는 참 신기한 날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10년전 에바를 처음 접한 건, 세상과 구별되어(?) 살았던 시절. 길가다가 보이는 에반겔리온 광고는 봐도 대체 관심이 없이 지내던 수년 동안이었으나, 교회서.. 형제들과 한두달에 한번 꼴로 '밤샘'을 해야하는 어떤 이벤트에서 누가 빌려온 비디오를 보았을 때.
다들 '에이~ 이거 무슨 이야기야' 하고 잠들 때 (세상과 구별되어 사는 교회 형제들에게는 이영화는 좀 아니지..) 혼자서 싱크로 해서 40분짜리 영화판에 대 흥분.
결국 연구실애한테 녹화해 뒀다는 테레비판 다 빌려서, 가끔씩 부들부들 떨며 봄.
그게 10년전. 그리고 이번의 새영화.
결과는, 아주 뿌듯.
'이야 에바한번 잘 봤다'
고 오랜만에 중얼거려 봄.
물론 스토리는 기본 틀말고는 새롭게 되어 있었다. (올드팬들을 위한 'T'군의 '꽝이쟈나'라는 대사에서는 거의 뿜을 뻔) 영상은 '우수'했고, 음악은 깨끗했고 (사실 '참신'스러벘으나, 우수한 영상을 믿고 음악은 너무 '참신'함으로 너무 매너리하게 빠져 버린 듯), 복선도 적당하게 깔아 주었다.
당연 '사도'들은 아름다왔다. 그리고 그리고 破의 다음편인 急 (이게 또 일본어 발음으로 Q라네)로 '쨔잔'하고 연결해 주는 마무리까지!
스토리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도 주변에 있었으나 (내사 중간에 그런 '의도'를 눈치채고는 흥이 떨어짐..), 10여년전 그렇게 날 흥분시켰던 에바의 이야기를 새롭게 다시 보면서, 내가 하는 말이라고는..
'신지야, 인자 애들의 징징대는 소리는 그마 듣기 싫단다. 인제 고마 어른이 되거라'
애들의 중얼거림에 혀를 차고 있다. (그래, 나는 산전수전 겪은 어른이다, 쳇. 나야 말로 어른이 되어야 할 듯) 그러고는 아니나 다를까 제일 동감이 가는 캐릭터는 이까리 아빠. '나도 저렇게 수염 길러 볼까' 싶을 정도
또한 미사토와 리쯔꼬의, 사도가 나올 때마다, 또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친절히 길고 빠르게 설명해 주시는 서술들은, 여전히 어디서 끍어 모은 신화와 라틴단어의 엄청난 정보량을 제공해 주고 있다.
리쯔코의 설명이 시작되면 귀와 연결된 머리의 정보선을 끊어야 한다. 다 따라가려하다간 정신이 헷갈릴 뿐이다. 다, 안노가 에바의 아우라를 만들려고 뿌려놓은 후까시 일뿐 (아, 이건 하루키의 소설에도 자주 나오는 특징, 그래도 하루키는 나중에 자신이 뿌린 후까시를 '점프'에 이용이라도 하지..)
단, 그 리쯔코의 설명중 '한국'이라는 단어가 나온 듯한데 (별로 중요한 건 아닌 듯 했지만) 신호선을 끊고 있던 중이라 무슨말이었는지 정확히 듣지 못했다 (참고로 만화그림 일부의 외주처는 타이와 베트남인듯).
지난 영화의 '인류보완계획'은 비주얼적으로, 메타포적으로 아주 만족이었는데, 이번영화도 그정도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오~ 비슷한 거 새롭게 만들려고 했구나' 하는 감탄이 나올 비주얼적 전개를 보여 주었다.
「ほうほう」
라고 몇번이나 중얼거렸지.
<집에 가던 자전거길 멈춰 한 10분간 멍때리며 바라보던 풍경>
아름다운 비주얼이라 한다면 1Q84의 마지막 몇장도 아주만족스러움
머리의 신호선을 끊은 정도는 아니나, 어차피 중간단계의 개연성을 위한 하루키의 변명들은 관심이 없었고, 점프에 점프를 반복하며 스피디한 '과정'을 즐기게 해주는 것.
처음과 끝이 맞아야 하는 '플롯'이 중요한게 아니라, 순간순간을 극도로 즐기게 해주는 것.
'아.. 이 과정이 좋은 거지'하고 넉 놓게 하는 것.
그러다가 실지 현재에서도..
어떤 일이 닥쳐도 이게 왜 일어났고, 이거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연연하지 않고
일어나는 그일자체를 즐길 수 있게되는
그게 하루키의 좋은 점이다.
아, 그리고
에바의 새화영화 하루키의 새소설도.
플롯이고 비주얼이고 개나발이고 다 제쳐두고
자꾸 나오던 귀에 걸리던 단어는 '고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