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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d, I'm 500 miles from my home.

보이고 들리는 것

by 세팔 2009. 9. 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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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돛대처럼 바람을 받아 삐걱거리는 자신을 느낀다. 이같은 분위기에 시달리어 눈은 타고 입술은 바싹 말라 내 살결이 나의 것 같지 않게 느껴졌다. 전에 나는 나의 피부를 통해서 이 세계의 문자를 판독해낼 수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저항하는 것도 잊어버린 혼미에 빠져 나는 나의 몸이 그리고 있는 이 세계의 그림에 대한 의식마저도 잃었다. 조수에 씻기워 영혼 깊숙이까지 헐벗은 존재가 되었다...
바람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불타는 듯한 전라의 세계를 본떠서 나의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바람을 통한 이 우주와의 짧은 한 순간의 포옹은 나에게 돌들 중 한개의 돌, 즉 한 개의 기둥과 여름하늘 속 한 그루 올리브 나무의 고독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 행복의 충격, '김화영'산문집

차라리 고독이 한그루 올리브 나무이기라도 하지. 차라리 60년대 어정쩡 개발도 못되어져 가는 폐허에 버려진 농기구가 나을 것으로 생각하는, '리사이클'앞에 자기 존재까지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내지는 '리사이클'비용조차 아까워 수없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는 자기랑 '똑같은' 버려진 자전거 사이에 그냥 놓여진 한 폐자전거의 고독이란.

코꾸분지 북구 앞. 이용객들이 마구지나가는 계단앞 공터에서 선술집, 인도/네팔요리 (요즘 일본에 부쩍 늘은게 신기), 스페인요리집의 전단지를 뿌리는 사이에 60대 넘은 할아버지들이 서너명 서명운동중.

신기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투쟁하는 노동조합의 전국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11월1일 히비야공원에서 총궐기 집회를 한다고, 찬성한다면 서명을 좀 해달라는 중. 한국의 민**총 사람들도 오고 미국에서도 온다고.. 등등등등 한 30분이야기. 

워낙 일본엔 이런 protest들이 없어서 신기한터인데, 역시나 총궐기대회를 위해 앞장서는 사람들은 60대 할아버지들이다. 단까이 세대로 불리워지는 60년대 학생투쟁에 앞장섰을 사람들. 사라진지 20년된 국철 (지금의 민영화된 JR)의 노동자들을 위한 투쟁 - 내가 이야기 하고 있는 동안 또 다른 할아버지 한명이 다가와 '아직도 국철투쟁하냐'며 이야기할 정도이니, 중요한 건 그분도 '할아버지'였다는 것 -을 하고 있는...

40년전의 그때 그시절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찾아간 코꾸분지 마루이에서, 깨끗하게 진열된 부쓰들 안에서 외국산 와인이나 잼을 혼자서 고르고 있는 또다른 아저씨들을 보고, 작정하고 아침마다 정해진듯 교육과 정신정열 받고 제복차려입은 점원들이 매뉴얼대로 움직이고 있는 음식물 매장을 거닐고 있으면, 이것도 한 40년 지나면 그리워질 어떤 한 시절이 될 건가 싶은 생각.

+
내친김에 베루어 오던 시민케인을 봄.
41년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니. 40년대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영화도 아닌 정말로 볼만한 수작이었다. 카메라 웍, 흑백이라 더 들어나는 빛의 사용법, 이야기 짜임새 연기들.
현실이 싫으면, 과거를 살거나 미래를 살아야 한다.
<나도 한번, Mary氏, Rest in peac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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