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이책이냐'라고 딴지 걸지마라.. 한동안 무라카미는 고마 읽어야지 했던 사람이라서리.. 단지, 스페인 가기 전부터 이책이 읽고 싶어졌었을 뿐이다. 원래는 스페인가는 길에 이 책 사서 가서, 스페인에서 읽으려고 했었는데.. 공항에서 못샀을 뿐이다.
책읽는 재미중에 하나를
'우연히도 지금의 나와 겹치는 상황들'을 발견하는 것일께다
내가 듣는 음악, 내가 가 본적있는 지리, 내가 관심있어하는 것들..
이런 것을 책을 읽다가 발견하면, 몇배나 책이 재밌어진다.
이중에 '지리'이다, 내가 이책과 싱크로하는 것은
'타카마쯔'는 몇년 전 내가 처음으로 찾아 간 四國(시코꾸)지방이었고,
'나까노의 노가타'는 내가 살던 동네 근처라 몇번이나 전철에서 내려 걸어 댕겼던 적이 있고
게다가 얼마전 갔다온 '스페인'이야기에 '파엘랴'이야기 까지 나온다.
는, 시시콜콜한 문제를 접어 놓고도
오랜만에 잡은 '재미있는' 책이다.
미국드라마의 영향일까, 두가지 스토리가 하나의 무언가를 향해 전개되는 스타일이나 결국 '부조리'이니 현실성은 접어놓고 오로지 '상상'과 '말'의 세계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
한 1주일 사이에 상권을 다읽고, 하루에 80페이지 정도되는 무서운 페이스(출퇴근 전차안에서만 읽어도다)로 읽게 되는데
아무래도 오늘 읽었던 부분중에 클라이막스가 나왔던 것 같다.
유령이던 돌이던 사람이던 갑자기 1인칭에서 2인칭이 되건
말도안되는 이야기가 나오건 앞에서 나왔던 이야기랑 맞지않턴..
상관없다.
단지 그러한 개연성이고 당위성이고 없이 마구 떨어지다가 (사실, 개연성으로 꼬박꼬박 잘체운 플롯의 글들은 이미 질렸고 한계에 다다랐다) 그냥 훅 하고 뒤로 돌아보았을때, 그게 무언가 모양을 이루면서 어떠한 '느낌'을 전달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 느낌이란건, 물론 작가가 의도한게 아닐 수도 있다.
독자가 글에 나온 파편들을 모아서 그안에서 스스로의 어떠한 세계를 발견하는 것일 뿐이다.
그거
내가 잘하는 거다.
책읽다가 내머리에서 몇가지 편린들이
차곡차곡 쌓이더니, 곧잘 어떤 심상을 만들어 낸다.
주로 이젠 까마득해서 잘 생각도 안나는 과거에 있었던 일이거나,
현실에서 무시하고 있었던 세계들이거나
가끔씩은 외면하고 안보고 지내려고 하는 문제들이거나
그래서, 난 글이 좋다.
글은.. 세상과는 무관할 수 있다.
세상과 연관된 것 같아 보이면서, 사실은 나를 세상과 관계없는 곳으로 데리고 갈 수 있다.
'세상과 연관된 것 같아 보여서', 실은 나를 안심시키기도 하면서
저멀리, 맹렬하게 저돌적으로 아예 다른 세상으로 나를 데리고 갈 수 있다.
나뿐만 아니다.
우리 모두를.
이다.
예전엔 곧잘 그런 심상들에 빠져서, 글들의 이세상이야기 인지, 아니면 또다른 세상의 이야기인지를 구분을 못해, 며칠간이나 허덕였지만,
역시 나이들어 좋은게,
소설로 인해 내안에서 빚어지는 심상에
스스로 넘어가지 않는 다는 것.
단지 상상력만 빌리고 싶어한다는 것.
글을, 세상의 모든 것과 완전 분리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그 글을 자체로서 즐길 수 있고, 오히려 거기서 안전하게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 눈에 보이는 것들에, 현실적인 것들에, 동경의 치고 받히는 사람들에, 자연들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고, 사각진 건물사이로 모진 하늘밖에 볼 수 없는 것들에 치여 살다가..
마음껏 글만의 세상을 마시고 싶어진다. 온몸에 글을 흡수해.. 세상과는, 떨어져 모든 '딱딱 맞아떨어져야하는', '최선을 다해야'하고, 99%로는 안되고 100%여야 하는 세상과는 멀어져, 저어멀리 나까노고, 야마가따고, 스페인이고 돌속이고 벼락속으로고.. 갖다가 올 수 있는 것이다.
이책, 아직 하권의 400페이지 정도가 남았지만,
이번주 안에 다읽을 것 같다.
그뒤에는
'도해, 알기 쉬운 메카트로닉스'
라는 또다시 현실의 책을 읽는다
난, 제어공학의 일부만을 알고 있어서.. 좀더 기계공학적인 지식을 늘려야 하니까..(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