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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말로 逸脫이다

내가 만든 미디어

by 세팔 2007. 10. 2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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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7일(토)부터 11월3일토)까지의 뱅기를 19800엔에 삼 - 10일전에.
일단 어렴풋이 10월달엔 한국 함 들어가야 지 했는데..
10월 11일 - 실행위원으로 있는 울 연구소의 유학생근담회의 미팅
10월 16일 - S사 종합기술연구원분과의 사전 미팅,
10월 18일 - 토시바와 미팅
10월 24일 - 유학생근담회
10월 25일 - 전기학회 NSS위원회
10월 26일 - Y대 P교수님, 톳토리 환경대 와시노교수님 연구실견학
10월 26일 - AMC논문마감, 과학연구비보조금 마감
등등
열심히 들어와 주는 일정들로 거의 포기하고 안갈려고, 연말휴가때나 갈려고 했던걸..
그래도 '선봐야 한다'는 이유로 약 10일전 강행을 결정

아직 제대로 일할 줄도 모르는 풋내기라 작은일 하나에도 허우적허우적 대는 경향이 있어서, 끝낼 거 끝내놓고, 일본시리즈에 대한 신경도 끄고 한국 가을도 구경하고자 11월4일날 떠나는 타이완에 맞추어 한 2주간 신나게 놀려고 표를 끊었었다.

10월 26일, 밤 12시 10분까지 학교에서 할꺼 다하고 후다닥 집으로
사가야 하는 약들도 다샀고, 카쯔오 부시니 어른들에게 선물할 과자, 미국가서 사왔던 비타민, 한국가서 삶을 옷, 선보기 위해서 입을 옷, 들고갈 가방.. 한국가서 팔아먹을 렌즈, 쓰다 남은 한국돈, 한국전화카드, 코레일멤버쉽도 갱신하고 KTX도 예약하고.. 한국가서 있을 일주일 정확한 일정이 안잡힌 게 쫌 찝찝하면서도 가면서 생각하지 하고 열심히 하네다에 도착

여행사를 통해 산 티켓이라 정식 보드를 받기 위해 카운터에 가니
'여권보여주세요..'

어.. 맞네. 여권 갖고 왔어야 하네.
출발 하루전날 밤, 친구 홈피가서 '내 여권 후진 여권'이라 글쓰면서도,
출발하는 날 아침 카메라 충전기 찾는다고 서랍에서 여권을 몇번이나 보고 '어, 여권이네'라고 생각하고도..
매고 가던 가방의 여행갈때 늘 여권을 꽂는 포켓을 보면서 '여기에 여권넣고 댕겼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여권을 '들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결코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 가기가 싫고, 그렇게 선보기가 싫었단 말인가?

여튼
'어, 여권... 어, 이거 한국못가네'라는 생각이,
하필 어제온 태풍을 뚫고 공항에 도착한 내 머리에 들었을때
 
1. 세상에 이런거 하나 플래닝 못하고 준비 못하는 내 자신의 기능부족에 대한 분노감
2. 그래도 유일하게 한국가는 낙으로 여기고 있던 '부여여행'에 대한 아쉬움
3. 카쯔오 부시야 어떻게 된다더라도, 선물로 산 과자들의 유통기간이 다시 돌아갈 연말까지 버텨 주지 못한다는.. 3000엔에 대한 아까움
4. 아.. 일주일간 일할 수 있다는 안도감

등이 들었다.

그러고는 돌아오는 길에
이상하게 붕 떠버린 일주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갖은 생각들이..

그때 생각나는 것들은 모두 '일탈'인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것, 여지껏 안해 봤던 것 해봐?"
"매일 가던 학교도 안가고, 안가보던 곳에 가보고.."
"그래 나라에 가는 거야"
"왠지 쿄오토도 좋지만, 상업화와 관광화에 찌들어 버린 쿄오토 보다 나라에 가는 거야"
"나라에 가서 게스트하우스 같은 데 머물며,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코제이들이랑 만나 별의 별이야기를 다하는 거야"
"나 사실 선보러 가려다가 뱅기 놓쳤다고, 왜 결혼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냐고"
"현 세상의 '짝짓기'시스템엔 문제가 있다고, 모든 사람의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화 하고, 거기서 리스트업 한 몇몇 여성들과 한 한달 간격으로 사귀어 보고 짝짓기를 해야 한다는 것"
"수많은 이혼과 파손가정이 나오는 것은 짝짓기 process의 비합리성 때문이라고, 무언가 우리세대는 이 짝짓기 과정이 최적화 내지는 합리화를 생각해야 한다고"
"그외, 각종 하고 싶었던 수많은 '주변'에 대한 욕을 나랑 상관없는, 그것도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애들한테 퍼붓는 거야".
"그리고 혼자 나이트도 가는거야 (이 생각까지 오면, '이거 실현가능성 없는 이야기구먼'싶어진다), 가서 마구 흔드는 거야".
라고 라고 생각을 마구하다가

결국, 오늘은 '아무일 없었던 것 처럼' 교회에 갔다 (당연 교회사람들은 '아무일 없었던 것 처럼'대해 주었고), 성가대가고 (저녁연습은 이 '逸脫'의 일환으로... '쨌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또 귀찮은 것 중의 하나가 주변에 '보고'하는 것.
그런데 그 '보고메일'이 쓰기 싫은 거다. 남이사 뱅기 타든 못타든 그걸 왜 '보고'하고 '이야기'해야 하남?
어차피 휴가받고 그냥 쉬려고 나온 것이니까 그냥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휴가일주일 동안 학교안가고 방콕을 하던 어디 여행갔다가 와서 사악 돌아가도 되쟎아..
만사가 다 귀찮단 말이야.

라고 늘 생각하는 나의 '본능'을 혼자 애써 달래가면 결국 '사고질렀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썼다.
(내가 그러할 때, 그런 나의 본성을 알고, 또한 당연 사회에 사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알아, 옆에서 메일쓰라고 토닥거려줄 수 있는 아가씨면 그냥 선이고 머고 안보고 확 결혼해버리는 데)

여행도, 일단 이번달은 이래저래 돈이 너무 많이 나가서 무리고,
단풍이 본격적으로 질 11월 중순에 나라를 한번 갔다가 와야 겠다.

그래서, 저래서
일탈은 또 꿈으로만 끝나고.. 내일부터 다시 정식출근이다.
뽑기만 뽑아 놓고 아직 읽지 않은 논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사무나 메일로 부터 해방되어 하루점두록 논문만 읽고 생각을 좀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일 하루는 연구실에 있지 아니하고 학교 도서관에 콕 박혀 그런 '逸脫'이나 하고 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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