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많은 덕후들이 있다.
오덕후를 시작으로 해서, 오키나와 카데나 기지에서 만났던 밀덕 (밀리터리 덕후들), 오덕들 보다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철덕 (전철 덕후들..).
거기엔 지리를 사랑하는 지덕도 포함된다.
동경에 사는 지덕의 입문코스라 하면 국분사애선(國分寺崖線) 걷기가 아닐까?
해서 벚꽃피는 봄 토요일 애선한번 걸어주기로 했다.
기본 코스는 인터넷에서 구한 아래 지도하나
왼쪽 역이 서국분사 역, 오른쪽 역이 국분사역이다.
아침에 자전거 타고 국분사로 간 뒤, 전철타고 한코스 서국분사에서 내러서 시작이다.
일단 젤 왼쪽 하단부에 있는 쿠로가네 공원부터 시작이다.
내려서 길을 걷다가 보니.. 오호.. 무사시노선이 달리고 있지 않은가?
철덕, 동경에서 철덕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의 입문코스인 무사시노선, 딱히 찾아갈 역이 없어도 이 무사시노 선타고 동경 서쪽 끝에서 동쪽 끝을 삐잉 둘러 가봐야 그나마 철덕이라고 명함이라도 내민다.
라고 기분좋아하며 쿠로가네공원에 도착을 해서 사진을 찍는데...
어라라.. 모두 하얗다.
렌즈지름생활을 접은 지 1년 (이런 여기서 나의 ex-'사덕'임이 들통나다니...) 들고 찍으면 잘 찍히고 쓰기 편한 렌즈는 왠지 재미 없을 것 같아 들고 나선 Carl Zeiss Jena Biometar. 이녀석이 문제였으니
개방 측광이나 수동초점 정도야 봐주지 했는데.. 녀석 조리개가 안 조려진다.
완전 다열린 상태니 이거 1/4000초라 해도 다 날라가니..
일단 의자에 앉아서 사태 수습. 렌즈는 이녀석 밖에 안들고 왔고..
모든 기기의 만병통치약.. 때려 보기로 문제 수습..
돌의자에 몇번치니 조여진다. 문제는 한번 열고 나면 조릴때 마다 쳐주어야 한다는 것.
조리개 8로 고정시키고 매뉴얼로 나설 수 밖에
어떻게 어떻게 사진이 찍히기 시작한다.
겨우 한숨 돌리면서 사진기 좀 조절해주고
(액정도 구리니 이거 감을 못잡고 마구 찍어 대던 사진들)
그래도 무사시노선이 지나가는 순간..
일단 한장 찍어는 줌.
애선에 온 만큼 언덕을 즐겨야지.
저 언덕길이 국분사애선으로 서국분사에서 시작해 목흑(메구로)까지 이어져 있다.
그래서 일단
이길을 올라 와서는
이렇게 사람들을 내려다 보기도 하면서
때가 때인지리
벚꽃은 이렇게 피어 있고 (사실 이동네는 아직 추워선지 좀 더 오래 갈 것은 같음..)
물론 벚꽃이 아닌 나무도 이렇게 푸르러져 있었고,
공원은 이렇게 작고 조용해서 좋았다.(끝까지 전철 찍는 꼴하고는..)
도심의 알려진 몇몇 공원이라 하면 오늘 같은 날 발디딜 틈도 없다.
이렇게 흑종(쿠로가네)공원을 스타트로 국분사를 향해 출발. 국분사터의 만엽식물원에 도착
참고로 국분사는 이미 없어지고
복구니 뭐니 설명간판이 적혀 있었다만 귀찮아 그냥 넘김.
이 만엽식물원 뒤로가 다 언덕이다.
그래도 식물원이라고 이렇게 식물소개도 있고
물론 식물도 있다. 언덕위로 올라 오면
그 만엽식물원을 나오고 나면
애선과 샘물의 관계는 아래와 같다고 하나.. 대강 넘어가고..
이러한 샘물이 흐르고
그 샘물가 바로 옆에 쪼매하게 산보길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 가다가 보면
짜잔.. 언덕아래에서 샘물이 시작되는 곳이 나온다.
이렇게 무슨 이름이 붙여져 있는 것 같고..
40년전 모습 그리고 현재와 같이 바뀌어지고 난뒤의 모습. 이라고 사진도 붙여져 있고, 사람들이 물을 받으러 내지는 조사하러 오곤 했다.
열심히 뒤로 물러나 85mm로 찍어 보면 대강 저런 분위기.
저 돌벽 밑에서 물이 솟아 나오는 거란다.
그런데 거기서 고개를 들면..
동경에서 이런 언덕길을 만난다는 게.. 사실 좀 감동이다.
지덕까지는 아니더라도 언덕길/폐허/뒷골목 매니어인 사람에겐 요건 좀 감동이지.
위에서 봐도 멋있지 않은가?
바로 이 언덕 밑에서 샘물이 솟아 나고 있는 거다..
사실 좋았던 건 여기 까지고.
나머지는 평범..
단 언덕 올라 간 곳에 그렇게 또 넓은 꼬구분지 공원이 있는 줄을 몰랐음.
이런 황량한 풍경뿐.
약간 사람들 많은 공원의 구석진 이런 황량한 곳에 앉아 봄을 만끽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아 그리고 또 하나.
그 공원의 구석엔 큰 벚꽃나무가 한그루.
도심의 인위적으로 마구자비로 심겨진 벚꽃나무가 아니라 다른 나무들 사이에 하나 있는 산벚꽃나무라 크기도 크고 혼자 달랑 있는 벚꽃에 워낙 황량한 곳에 있는 한그루라 주위에 사람들도 없었다.
그렇게 큰 벚꽃나무는 처음 본 듯해, 한참을 보고 왔다.
다시 언덕을 내려와 그 샘물 따라 걷는데.
분위기가 참 좋다.
사실 칸다가와와는 너무 비교가 된다.
칸다가와는 신쥬꾸에 있다는 것만으로 해서 이미 지저분한 이미지가 박혀져 버려 있어서 말이지.
이렇게 좋은 건 다 끝나고 좀더 걸으니 국분사역근처의 도심분위기 뿐.
아참.
(오늘은 오버노출이 많다.. 매뉴얼은 역시 힘들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번엔 국분사 - 무장소금정 역사이의 언덕길을 또 함 가주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