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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미치겠다.

보이고 들리는 것

by 세팔 2009. 8. 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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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름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들뜨게 하는 여름
맴맴맴..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차가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만, 그래도 가끔씩 쨍!한 날이면 집안에 있기가 아쉬워진다. 나가서 그냥 햇볕 받으며 땀흘리고 싶어지는.
이건 내가 대구 피를 물려 받아서이리라.
길상사를 가도
중앙선을 타고 있어도
국분사에서 내려도
내려서 이렇게 자전기를 타고 오는 길도
빛이 마냥 좋기만 하다.
그래도 여름되면 하고 싶은 것은 
1. 시골가기
2. 친척들과 수박먹기
3. 맴맴맴.. 그냥 시골 대청 마루에 앉아서 여름풍경 구경하기
가 아닐까?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호소다 감독의 신작은, 트레일러를 보는 순간, 내속의 이런 욕망을 간지러 놓는다.
여름, 시골, 대가족.
무조건 보고 싶어지는 거다.

1. 혼자 있기
2. 끼니 거르기
를 절대로 하지마라고 주장하는 이 영화 (이 얼마나 많은 현대인들이 뜨끔해 하는 부분인가)는, 트레일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현실과 가상을 같이 엮어 놓은 스토리다만, 전혀 억지부리는 듯하거나 밉상스럽지가 않다. 그냥 사랑스럽다.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한게 에바의 사다모토 요시유키라서 인지, 중요 캐릭터인 할머니의 얼굴에서 자꾸 에바의 리쯔코박사를 연상하게 되는 것 말고는 골고루 맘에 드는 요소가 가득하다.

게다가 엔드롤을 보고 있자니, 가상현실쪽의 CG는 거의 한국에서 만든 듯. 

이렇게나마, 영화로나마, 큰 화면으로 나마 
여름, 시골, 대가족
을 탐닉했다는 게, 다행?이려나.

그리고 여름되면 또 하고 싶은건..
락페스티발까지는 아니라도 오픈 콘서트에 가보고 싶은 것.
늘 맘만 있지만 말이다.

꿩대신 닭이라고, 대신간 거려나? 야구 경기장엔?
동경에는 프로야구장이 두개 있는 데, 하나는 잘 알려진 동경돔, 또하나는 임창용아저씨가 있는 야쿠르트 스왈로우즈의 진구우 구장이다.
<오른 쪽 아래의 손들고 컵들고 있는 모자쓴 아가씨. 이게 일본 야구장의 트레이드 마크, 맥주팔이 소녀(청년버젼도 있다만)이다. 등에 메고 있는 저 가방이 다 맥주이다. 소녀를 불러 맥주를 사면, 저 컵에다가 즉석으로 가방에든 맥주를 쏘아 부어 준다>

개인적으로는 돔도 좋지만, 여름엔 진구우 구장이 좋다. 이 개방감이란게, 그리고 선수가 바로 코앞에 보이고, 게다가 불펜도 저렇게 보인다. (선발 투수들 던지고 있는 데 옆에서 불펜투수들이 연습을 시작하면 스트레스 받을 듯..).

이종범이 아직 츄우니찌에 있을 2000년 이후 9년만의 재방문이다.
연구실 애들과 같이, 내야 지정석 (1인당 1900엔)에 앉음
8월인데도 아직 장마(?)인지라 꾸질꾸질 비가 내리다 말다...
당연 나는 츄우니찌 응원석이라 레프트에 자리를 잡고

건너편 라이트에 자리 잡은 야쿠르트 팬들.
야쿠르트는 저 파아란 우산 (비가 안와도 저건 응원할 때 들고 와야하는 필수 아이템)을 들고 들었다 놨다 하면서 응원한다.

일본의 야구관람은 또한 일본 특유의 시스템이다.
물론 한국같은 치어걸들은 없다.
단, 전문 응원단들이 존재한다. 외야 자유석은 그들을 위한 지정석이 있다.
<비도오고 이상한게 내가 앉은 지정석 주위로는 사람들도 꽉꽉 다 앉아 있어서 너무 덥고 해서 잠시 자유석쪽으로 올라옴>

저기 손들고 박수치는 사람들이 앉아 (서) 있는 줄이 다 응원단 지정석. 
이 응원단이란게 참 대단한 시스템이다.

기본으로 모든 선수들 별로 주제곡이 있다. WWF의 레슬러가 등장할 때 흘러 나오는 주제곡이 아니라 응원단이 곡을 만들어 붙인 주제곡이다. 게다가 해마다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면 새 곡을 만든다.
그럼 일단 츄우니찌 선수들의 응원곡들을 들어 보자.

<경기를 마치고, 마무리로 스타팅 멤버 1번부터 9번까지의 선수들의 주제가를 연달아 부르고, 마지막 구단 주제가와 만세 3창으로 끝마무리 하는 응원단>

게다가 대단한건 응원단이 아니더라도 자주 구장에 오는 골수팬들은 거의 가사를 다외우고 있다는 것.
나같은 뜨내기들은 그저 후렴부만 따라할 뿐이다.
그래도 이부분, 타순 1번이 공격을 시작할 때 무슨 의식 같이 저음으로 웅얼거리는 이부분은 응원하는 사람을 들뜨게 한다. 다들 일어나 이렇게 손을 앞으로 내밀고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야'라는 맘을 부풀리기 시작하면 말이다 (가끔 이렇게 웅얼거리는 중에 간단하게 내야 땅볼로 아웃되는 경우도 있다지만)

이번이야 야쿠르트가 상대팀이었기에 그냥 응원했지만, 상대가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거나 하면 거의 죽으라고 응원하게 된다 (정말 요미우리 같은 개망나니 팀이 또 있을까,.. 라고 10년전부터 생각해 왔었는데, 요즘은 이승엽때문에 한국에서 함부러 이런말을 할 수가 없다. 승엽이 아저씨, 그냥 요미우리에서 나와주세요). 다른 팀은 몰라도 요미우리에게만은 결코 질 수 없으니까 말이다.

봤던 이 경기는 정말로 환상적인 경기
두 선발이 빌빌찮아 6회에 3대3 동점되고 난후 팽팽한 투수전.
그러다가 연장 11회. 2사 만루에서 우리의 아라키 선수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 3루 외야쪽으로 큰거 한방을 터트려 주는게 아닌가.

다들 응원하다가 친 공이 우리쪽으로 날아올 때, 
거의 미치는 줄 알았다.

그렇게 3점을 내어 6대3이 되어, 이제 이기나 보다 했는데
이런 구원투수 이와세(그렇다, 북경 올림픽 한국우승의 공헌자 이와세가 바로 츄우니찌이다)가 영 신통찮으니. 2점을 뺏겨 6대5가 되어 아슬아슬하게 되었지만, 잘 마무리해서 승리로 끝나고..


만루에서 3루타를 친 아라키가 히어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은 팬들은 끝까지 그 인터뷰를 지켜 보고
기본은 저렇게 유니폼을 입고와서 응원하는 듯.
소리내기 위해 플라스특 응원봉을 들고도 있다.
돌아가는 길 역과 전철은 이렇게 유니폼 입은
사람들로 박작박작.

연장전으로 인한 4시간 44분짜리 경기. 6시에 경기를 시작해 집에 들어온 시간은 밤12시를 넘었지만, 그래도 진구우 구장이 좋은 건, 비를 맞고 후덥지근 해도 넓게 바람을 맞으며 고함을 지르며 도심 한복판에서 응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자 다음은 또 9년 후에 가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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